기본 정보
- 감독: 사샤 제르바시
- 출연: 앤서니 홉킨스, 헬렌 미렌, 스칼렛 요한슨, 토니 콜렛, 대니 휴스턴, 마이클 스털버그, 제시카 비엘
- 개봉일: 2013년 4월 11일
- 해외 개봉일: 2012년 11월 23일
- IMBD 평가지수: 6.8 / 10
- 로튼토마토 평가지수: 60% (신선도)
- 네이버 평점: 7.95 / 10
영화 줄거리
사샤 제르바시 감독의 2012년작 <히치콕>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1960년 걸작 <싸이코(Psycho)>를 만들던 시기의 내면과 창작 과정을 조명한 메타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은밀한 지점에 있습니다. 히치콕이라는 천재의 머릿속, 그의 불안과 강박, 그리고 그 뒤에 조용히 서 있던 또 다른 주인공, 그의 아내 알마 레빌의 존재입니다.
영화는 히치콕(앤서니 홉킨스)이 <싸이코>의 영화화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이 작품은 지나치게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스튜디오들로부터 외면받았고, 히치콕은 자신의 집을 저당 잡히며 자비로 제작을 강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자신의 영화에 몰입하고, 환각과 망상 속에서 실존 연쇄살인마 에드 게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히치콕의 내면 심리가 스크린에 입체적으로 그려지죠.
한편, 그의 아내 알마(헬렌 미렌)는 히치콕의 오랜 협력자이자 공동 창작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항상 그림자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죠. 히치콕의 집착적이고 지배적인 성격은 알마와의 관계를 점점 소원하게 만들고, 그녀는 다른 작가와 비밀리에 협업을 시작합니다. 히치콕은 이 사실을 알게 되며 강한 질투심과 동시에 혼란에 빠지고, 이 갈등은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 <싸이코>의 샤워씬을 촬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자넷 리가 히치콕과의 기싸움 속에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 그리고 히치콕의 연출이 공포를 조율하는 방식은 실제 영화 제작의 생생함과 함께,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결국 영화는 <싸이코>의 대성공과 함께 막을 내리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창작의 어둠과 부부 사이의 권력구조,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감정의 균열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만듭니다.
감상과 해설
“천재의 심연에 닿는 길은 늘 고독하고, 그 고독을 함께 견딘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이다.”
<히치콕>은 전기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내밀한 심리극이며 복잡한 부부 서사입니다. 앤서니 홉킨스는 히치콕 특유의 육중한 목소리와 특수 분장을 완벽히 소화하며, 창작자이자 조종자, 동시에 불안을 감춘 외로운 인간으로서의 히치콕을 연기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주인공은 헬렌 미렌이 연기한 알마입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관객이 진정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통로가 됩니다.
히치콕은 공포를 창조하는 감독이지만, 그 자신이야말로 공포에 시달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여자 배우들에게 집착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순간에 분노하며,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심리를 보이죠. 에드 게인과의 상상 대화는 그 환상의 극점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싸이코’의 제작 뒷이야기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현실을 침범하고 인간 관계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이기도 합니다.
알마는 히치콕의 창작에 있어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숨은 작가’이자 ‘이성의 균형추’로 기능합니다. 남편의 천재성과 광기의 이면에서 실제로 각본과 연출에 깊이 개입하며, 결정적 순간에는 히치콕이 깨닫지 못한 길을 제시합니다. 이 부부는 서로를 감정적으로 밀어내고 다시 끌어당기며, 그 복잡한 파동 속에서 영화가 완성됩니다. 마치 전류가 흐르듯, 창작의 에너지는 둘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통해 증폭되는 것입니다.
<히치콕>은 결국 질문을 던집니다. 위대한 작품이란 고독한 천재의 산물일까요? 아니면 함께 고통을 감내한 타인의 연대에서 비롯된 결과일까요? 이 영화는 후자의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보여줍니다.
결말 해석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히치콕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새 작품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전형적인 히치콕 스타일이죠.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결말은 알마와 히치콕의 대화에 있습니다. 알마는 조용히 말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 둘이 만든 거예요.”
이는 단지 부부 간의 화해가 아니라, 창작과 명성의 그늘에 있던 모든 여성 창작자들을 위한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히치콕은 평생 여성 주인공을 통해 공포를 창조했지만, 가장 깊은 감정의 파동은 늘 알마와의 관계 속에서 나왔던 것이죠. 영화는 그렇게 ‘싸이코’의 탄생을 둘러싼 서사 너머에, 하나의 감정적 진실을 놓습니다. 그것은 ‘사랑 없이 천재는 없다’는,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오래도록 울리는 결론입니다.
별점과 한 줄 평
<히치콕>
창작과 사랑, 그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서 탄생한 천재의 초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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